[이 연재는 저자의 저서 「스토리로 배우는 가맹점 성공 전략」(김영철·김선아 공저, 부크크, 2026년 7월 6일 출간, ISBN 979-11-12-23126-0)을 바탕으로 재구성한 것입니다.]
지난 회(‘가맹점 생존일지⑧’)에서 개업 100일을 맞은 ’김사장’은 발주 실수를 고백한 직원에게 꾸짖음 대신 기회를 주고, 혼자 생신을 맞은 단골 할머니에게 메뉴판에 없는 음료를 건넸다. 영업이익률을 맞추려 사람을 줄이는 대신 셀프 음료 코너로 12.1%를 13.9%까지 끌어올리며 “장사는 결국 사람”이라는 답을 얻었다. 연재의 마지막인 이번 회는 개업 1년을 넘긴 그가 신규 가맹점주들 앞에 강사로 서는 하루를 담았다.

스크린을 등지고 선 김사장이 신규 가맹점주들에게 지난 1년의 실패와 배움을 이야기하고 있다 - AI 생성 이미지
■ 370일째, 본사에서 걸려온 전화
개업 1주년이 지난 늦가을 오후, 민준이 카운터 앞에서 달력을 가리켰다. “사장님, 오늘로 딱 370일째예요. 기념 이벤트라도 해야 하는 거 아니에요?” 김사장은 프라이팬을 내려놓고 달력을 한참 바라봤다. 발주 마감을 놓친 오픈 첫날, 버스가 늦었다며 뛰어 들어오던 철수, 멈춰버린 음료 머신, 예고 없이 들이닥친 위생 점검, 매출이 20% 빠지던 여름. 그 장면들이 느리게 스쳐 갔다. “이벤트는 됐고, 오늘 끝나고 다 같이 삼겹살이나 먹자.”
그 주 금요일 저녁, 본사 교육팀장에게서 전화가 왔다. “사장님, 다음 달 신규 가맹점주 교육에 성공 사례 강사로 나와주실 수 있을까요? 매출 추이가 전국 상위 10% 안에 드십니다.” 수화기를 쥔 손이 살짝 떨렸다. 창밖으로 막 불이 들어온 간판이 보였다. 그 간판 아래서 쪽잠을 자던 날들이 떠올랐다. “감사합니다. 하겠습니다.”
■ “잘된 것만 말하지 말고, 실수한 것도 솔직하게”
다음 날 아침, 그는 박사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선배, 본사에서 강의 요청이 왔어요. 뭘 어떻게 얘기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박사장이 짧게 웃었다. “자네가 겪은 걸 그대로 얘기하면 돼. 잘된 것만 말하지 말고, 실수한 것도 솔직하게. 그게 진짜 교육이야.”
그날 오후 김사장은 빈 종이에 첫해 동안 배운 것을 적어 내려갔다. 발주, 인력, 클레임, 위생, 마감, 위기, 사람. 종이가 두 장을 넘기자 손이 멈추지 않았다. ‘이렇게 많은 걸 겪었구나.’ 그 생각에 가슴 한쪽이 뜨거워졌다.
■ 첫 슬라이드 — “오픈 첫날, 저는 발주 마감을 놓쳤습니다”
본사 교육장에는 30여 명의 예비 점주가 앉아 있었다. 긴장한 얼굴, 설레는 얼굴, 걱정스러운 얼굴. 그는 그 표정 하나하나에서 1년 전의 자신을 봤다. 마이크를 잡은 손바닥에 땀이 맺혔다.
“오늘 저는 성공 비법을 알려드리러 온 게 아닙니다. 제가 어떻게 실패했는지, 그 실패에서 무엇을 배웠는지를 말씀드리러 왔습니다.” 강의실이 조용해졌다. 첫 슬라이드가 넘어갔다. ‘오픈 첫날, 저는 발주 마감을 놓쳤습니다.’
그는 그날 아침 본사 슈퍼바이저의 전화, 화장실 세면대를 붙잡고 들여다본 하얗게 질린 얼굴, 치즈가 떨어져 가던 오후에 칠판에 급히 써 붙인 ’오늘의 한정 스페셜 버거’를 차례로 이야기했다. “그날 옆 매장 선배가 낡은 수첩 한 권을 보여줬습니다. 날짜별 사용량과 발주량이 빼곡히 적힌 기준표였어요. 감은 배신하지만 숫자는 거짓말을 안 한다고요.”
뒷줄의 50대 남성이 손을 들었다. “그럼 재고를 넉넉히 쌓아두면 되지 않나요?” 김사장은 다음 슬라이드를 넘겼다. “저도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개업 2주 차에는 손님이 절반으로 줄었어요. 넉넉히 들인 재료는 그대로 폐기됐고요. 그래서 기준은 ’전날 판매량에 안전재고 5%’로 시작하고, 요일별 기록이 쌓이면 요일마다 따로 잡습니다.”
■ “기준은 처음에 분명하게 세워야 관계가 따뜻해집니다”
강의는 한 시간을 훌쩍 넘겼다. 인력 관리, 클레임, 위생, 매출 위기까지, 그는 매번 ’이렇게 실수했고, 이렇게 바꿨다’는 순서로 풀어갔다.
“철수라는 직원이 있었습니다. 개업 둘째 주 첫날 지각을 했어요. 혼내고 싶었지만, 대신 우리 가게의 기준이 무엇인지, 왜 늦으면 안 되는지를 분명히 말했습니다. 그 친구가 몇 달 뒤 그러더군요. 그때 혼나지 않아서 오히려 더 열심히 하게 됐다고요. 지금은 우리 가게에서 가장 믿음직한 사람입니다.” 그는 잠시 말을 골랐다. “관계는 느슨하게 시작하면 바로잡기 어렵습니다. 기준은 처음에 분명하게, 대하는 건 따뜻하게. 그래야 오래 갑니다.”
앞줄의 젊은 여성이 열심히 받아 적었다. 김사장은 그 모습을 보다 잠깐 말을 멈췄다. ‘1년 전 설명회장의 나도 저랬는데.’
■ 쉬는 시간, 예비 점주들의 질문
쉬는 시간에 몇몇 수강생이 그에게 다가왔다. 다음 달 오픈을 앞둔 30대 여성이 물었다. “사람 구하는 게 제일 걱정이에요.” “저도 처음엔 좋은 사람만 구하면 된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먼저 좋은 환경을 만들어야 하더라고요. 정해진 근무 시간, 분명한 역할, 존중받는 분위기요. 그게 갖춰지면 좋은 사람이 남습니다.”
50대 남성은 위생을 물었다. “그 부분이 제일 무섭습니다.” 김사장이 웃었다. “매일 체크리스트요. 처음엔 귀찮은데 3주면 습관이 됩니다. 무서운 게 당연해요. 무서워서 꼼꼼하게 하는 사람이 결국 살아남더라고요.”
오후 질의응답에서도 질문이 이어졌다. 손님이 안 오면 어떻게 하느냐는 질문에는 “홍보를 늘리기 전에 이유부터 찾아야 한다, 제 경우엔 청결 상태가 원인이었던 적도 있다”고 답했다. 매출이 들쑥날쑥하다는 질문에는 “첫 3개월은 원래 그렇고, 넉 달째부터 요일·시간대·날씨별 리듬이 보인다, 그 리듬을 읽는 게 운영”이라고 했다. 직원이 갑자기 그만두면 어떡하느냐는 질문에는 “매뉴얼을 만들어두고, 누가 빠져도 인수인계가 되는 구조를 미리 만들어두라”고 했다.
질문이 이어질수록 그는 편안해졌다. 이 사람들도 그때의 자신처럼 두렵고, 설레고, 준비가 부족하다고 느끼고 있었다. 그래도 왔다. 배우러.
■ 박사장의 마지막 한마디 — “그게 멘토야”
강의가 끝난 뒤 복도에서 박사장과 마주쳤다. 뒷줄에서 처음부터 듣고 있었다고 했다. 김사장은 평가를 기다리듯 그를 바라봤다. 박사장은 잠시 말이 없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잘했어. 진짜로.”
박사장이 자판기에 동전을 넣으며 덧붙였다. “이제는 내가 아니라 자네가 멘토구먼.” “무슨 말씀이세요. 저는 아직 배우는 중인걸요.” 박사장이 커피를 건넸다. “그게 멘토야. 자기가 여전히 배운다는 걸 아는 사람.”
■ 간판 불빛 아래서, 노트의 마지막 줄
집으로 가는 길, 아내 이은지에게서 문자가 왔다. “오늘 강의 잘했지? 밥 따뜻하게 해놨어요.” 현관문을 열자 아이가 달려왔다. “아빠, 나도 나중에 강의 들으러 갈래.” 개업 첫 달, 매일 밤 그의 전화를 기다리던 사람이 있었다. 이 가게가 버틴 건 혼자의 힘이 아니었다.
며칠 뒤 마감을 마치고 문을 잠근 그는 가게 앞 벤치에 앉아 노트를 펼쳤다. 첫 장에는 개업 첫날 밤 적어둔 글씨가 남아 있었다. ‘3개월만 버티자. 그다음은 생각해보자.’ 그 아래 새로 적었다. ‘1년을 버텼다. 이제는 더 잘 운영하자.’
걱정이 없어진 건 아니다. 재료비는 매달 오르고, 상권은 조금씩 바뀌고, 근처에 비슷한 가게가 또 생겼다. 하지만 이제 그 걱정은 막막한 공포가 아니라 풀어야 할 과제였다. 1년이 그에게 준 건 그 차이였다. 내일 아침에도 문을 열 것이다. 철수는 5분 일찍 출근할 것이고, 민준은 밝은 얼굴로 인사할 것이고, 단골 할머니는 오전 열 시쯤 늘 앉던 자리에 오실 것이다.
■ [체크리스트] 1년을 버틴 점주가 남긴 일곱 가지
- 1. 실패를 솔직하게 말할 수 있어야 같은 실패를 반복하지 않는다
- 2. 멘토는 ’다 아는 사람’이 아니라 ’여전히 배우는 사람’이다
- 3. 이름 하나, 생일 하나를 기억하는 가게가 단골을 만든다
- 4. 인건비는 비용이기 전에 투자다 — 좋은 직원이 좋은 손님을 부른다
- 5. 1년의 경험은 기록하고 돌아볼 때에만 자산이 된다
- 6. 가족의 응원은 보이지 않는 자본이다
- 7. 오늘보다 조금 나은 내일 — 그것이 가맹점 운영의 전부다
■ [연재 총정리] 박사장의 현장 꿀팁 — 회차별 핵심 한 줄
- 발주(②): 발주는 감이 아니라 기록이다. 재료는 80%만 채우고, 주말을 앞둔 금요일 저녁에 재고를 점검한다.
- 오픈 준비(③): 오픈 전 10분 프리오프닝 미팅으로 당일 목표와 역할을 공유한다. 근무표는 최소 일주일 전에 공유한다.
- 클레임(④): 대기 시간은 숫자로 안내한다(“곧 나옵니다”보다 “5분 정도 걸립니다”). 빠른 사과와 작은 보상이 불만 고객을 단골로 바꾼다.
- 위생(⑤): 오후 3시는 위생 타임. 직원 위생 점검은 모두가 보는 앞에서 해야 습관이 된다.
- 마감(⑥): POS 정산, 재고표 업데이트, 일일 업무일지, 가스·전기·출입문 확인까지 마쳐야 하루가 끝난다.
- 위기(⑦): 매출이 빠지면 가격보다 원인부터 찾는다. 단골 관리(이름 기억·생일 쿠폰)와 리뷰 대응이 첫 번째 처방이다.
- 사람(⑧): 칭찬은 즉시, 지적은 조용히. 직원이 낸 아이디어는 모두 적어둔다.
- 사장의 마음가짐(⑨): 사장은 가장 먼저 출근하고 가장 늦게 퇴근한다. 그 모습이 직원과 손님 모두에게 신뢰로 남는다.
■ [실무 팁] 1년을 버텼다면 달력에 적어둘 ‘계약갱신 요구 기간’
개업 1주년이 지나면 가맹계약 만료일을 미리 확인해두는 것이 좋다. 가맹사업법(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은 가맹점사업자가 계약기간 만료 전 180일부터 90일까지 사이에 가맹본부에 계약 갱신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 기간에 갱신을 요구하면, 가맹점사업자가 가맹금 지급 의무를 지키지 않는 등 법에서 정한 사유가 없는 한 가맹본부는 이를 거절할 수 없다. 이 갱신요구권은 최초 계약기간을 포함한 전체 가맹계약기간이 10년을 넘지 않는 범위에서 인정된다. 반대로 이 기간을 놓치거나 본부가 만료 전 180일~90일 사이에 조건 변경이나 갱신 거절을 통지해왔는데 대응하지 않으면 불리해질 수 있으니, 계약서의 만료일을 기준으로 ‘180일 전’ 날짜를 달력에 미리 표시해두자. 구체적인 사안은 한국공정거래조정원 가맹사업거래 분쟁조정 창구 등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 연재를 마치며
「가맹점 생존일지」는 퇴직금 4,200만 원으로 가맹계약서에 도장을 찍은 한 초보 사장의 1년을 아홉 번에 걸쳐 따라왔다. 발주 실수, 지각한 직원, 피크타임 클레임, 예고 없는 위생 점검, 밤 열 시의 마감, 매출 20% 급락, 그리고 사람. 그가 1년 동안 부딪힌 문제들은 특별한 사건이 아니라 가맹점을 여는 누구나 겪게 될 일들이다. 다른 점이 있다면 그는 매번 기록했고, 같은 실수를 두 번 하지 않으려 했다는 것뿐이다. 오늘 하루를 잘 버텨낸 모든 점주에게,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잘 해낸 것이라는 말을 전한다. 그동안 연재를 읽어주신 독자 여러분께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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